인간은 엄마 뱃속에 태아로 9개월 동안 있는 동안 뇌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신체가 형성됩니다.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는 태아기 때 전염병, 기근 또는 전쟁 등 부정적인 충격이 발생하게 되면 태아가 출생하여 성인이 되는 동안 건강과 사회적인 성과를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그런 논문 가운데 1950년 한국전쟁이 당시 태아기를 보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실증적인 연구를 한 내용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1. 한국전쟁에 따른 태아기의 부정적 경험
한국전쟁은 1950년부터 1953년까지 3년간 발생하였습니다. 3년 기간 중에 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1950년 6월부터 1951년 3월까지 초기 9개월에 집중되었습니다. 이 9개월 동안 전선(front lines)은 남쪽과 북쪽을 빠르게 오르내렸고, 서울은 4번이나 적 또는 아군에게 점령당했습니다. 남한 사람들은 북한군의 점령에 고초를 겪었고, 때로는 미국의 공습에 피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1951년 봄에 서울을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수복한 이후부터는 전선이 지금의 휴전선을 중심으로 고착화되었고 전쟁의 여파도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한국전쟁 3년간 피해 현황은 사망 373,599명, 부상 229,625명, 납치 84,532명, 실종 303,212명 등 총 990, 969명에 달했습니다.
2. 태아기 때 경험이 생애 건강에 미친다는 가설과 검증
태아 기원설(fetal origins hypothesis)에 따르면 전쟁의 집중 피해기간에 엄마의 자궁 속에서 태아를 보낸 사람들이 그 이전 또는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보다 건강과 사회경제적 성과 측면에서 결과가 나빠졌을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태아 기원설이 한국전쟁의 상황에서 적용되는지 실증분석을 실시하였습니다. 결과지표는 교육, 노동, 결혼 분야로 구성하였고, 구체적으로 교육 수준, 전문직 종사 비율, 비숙련 노동 비율, 배우자의 교육 수준 등을 살펴보았습니다. 그 결과 한국전쟁 초기에 태어난 1950년생과 1951년생의 경우 그 전후 태어난 1949년생 또는 1952년생보다 교육 수준과 전문직 종사비율이 낮고, 비숙련 노동 비율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1950년과 1951년에 태어난 여성보다 남성이 더욱 부정적 영향이 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한 남한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경우보다 서울을 중심으로 전쟁의 피해가 집중된 중부지역에서 태어난 1950년과 1951년생들의 성과가 더욱 안 좋게 나타났습니다. 건강 측면에서도 장애 발생 비율과 인지능력 측면에서도 1951년생의 남성과 여성 모두 그 주변 출생 연도 사람들보다 안 좋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3. 부정적 영향에 대한 분석과 논의
위의 부정적 결과들이 혹시 1950년과 1951년에 태어난 사람들이 다른 년도에 태어난 사람들보다 엄마의 임신과 출산까지 생존하기 더 힘든 상황에 있기 때문에 그 효과가 적정한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쟁 중이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사실상 더욱 생존력이 강한 인간일 가능성이 높고, 그 경우 위의 부정적인 효과는 더 설명력이 강화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1950년생의 경우 남성이 여성보다 더 건강이 안 좋게 나타났는데 그 원인을 살펴보면 남녀 간 생물학적인 차이로 남성이 태아기 때 더 열등할 가능성, 부모의 자녀에 대한 선호 차이, 여성의 경우 더 강한 사람들만 표본으로 선택되었을 가능성 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1950년생과 1951년생간의 놀라운 차이가 있습니다. 1950년생은 보통 건강과 관련해서 부정적인 영향이 많이 나타난 반면, 1951년생은 인지능력과 관련된 사회경제적 성과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크게 나타났습니다. 이에 대한 설명은 부정적 충격이 모친의 임신 단계에 어느 시기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태아의 뇌는 임신 초기인 약 8주에서 25주에 형성되기 때문에 1950년생보다 늦게 태어난 1951년생의 경우 태아였을 때 뇌가 온전히 형성되기 전에 부정적 충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따라 교육, 노동의 질 등 인지능력과 관련된 성과에서 50년보다 더 악화된 결과를 나타냈습니다.
4. 결론
한국전쟁의 특수한 상황을 통해 전쟁의 피해가 집중된 초기 9개월간 태어난 1950년생과 1951년생을 대상으로 성인이 되고 난 이후 교육 수준과 노동의 질 등 건강과 사회경제적 성과에 대해 실증 분석한 결과 한국전쟁 이전 또는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보다 더 열악한 결과를 나타냈습니다. 이는 태아기의 경험이 생애를 통해 건강과 인적자본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태아 기원설을 지지하는 결과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를 추론해본다면 2020년에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은 당시 태아기를 보낸 아이들에게 일생에 걸쳐 다른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보다 부정적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태어난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하거나 취업하는 시기가 오면, 이들을 위한 사회정책이나 대안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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