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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금융

장시간 근로가 근로자의 건강과 삶에 미치는 영향

by 주황곰 2022. 11. 19.

근로시간이 근로자에 미치는 영향
근로시간이 근로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

 

직장인들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직장생활에 대한 만족도와 개인의 삶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만 이것은 너무 주관적인 영역이고, 개인의 노력과 성향에 따라서 환경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근무환경 중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아마도 근무시간일 텐데요. 장시간 근로가 근로자 개인에게 건강이나 삶의 만족도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텐데, 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들이 최근에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 근무시간이 근로자의 건강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근로기준법의 제정과 개정 연혁

대한민국은 1953년에 근로자의 안전과 복지를 위해 근로기준법을 제정하였고, 여기서 법정 근로시간을 1일 8시간, 1주일간 48시간으로 정했습니다. 그 이후에 1989년에 주당 46시간으로, 1991년에 주당 44시간으로 단축하여 왔습니다. 특히 97년 IMF 외환위기 발생으로 근무시간 단축의 주된 목적은 근로자 개인의 건강과 만족도보다는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실업 문제 해소에 있었습니다. 경제가 호전되면서부터 다시 논의의 초점이 장시간 근로에 대한 부작용 해소와 국민의 삶의 질 개선 향상으로 이동해 왔고, 2000년에는 노동자, 경영자, 정부 간 노사정 위원회를 구성하여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주당 40시간 도입을 합의하였습니다. 정부는 합의 내용에 근거하여 2003년에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였고, 2004년 7월부터 2011년 7월까지 사업체 규모와 산업에 따라 순차적으로 주당 40시간 도입을 추진하였습니다.

 

근로시간의 효과 분석을 위한 데이터 취합

 

주당 40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 고용노동부의 통계를 활용하였습니다. 산업별, 사업체 규모별 총 산업재해 사고자 수와 사망자 수에 대한 통계와 매년 7월 5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근로자 및 임금에 대한 기초 설문조사를 통한 근로시간과 임금 통계를 확보하였습니다. 다만, 통계 취합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데 근로기준법상 순차적 도입 구간은 사업장 인원별로 1000명 이상, 300명 이상, 100명 이상, 50명 이상, 20명 이상, 5명 이상으로 구분하는 데 반해, 통계상 구간은 500명 이상, 300명~499명, 100명~299명, 50명~99명, 30명~49명, 10명~29명, 5명~9명으로 나누어져 있어 구간이 불일치합니다. 특히 10~29명 구간과 500명 이상 구간이 불일치함에 따라 동 구간을 포함 또는 제외하는 방법으로 분석을 실시했습니다.

 

대한민국의 근로시간 기초 현황

 

분석 대상이 되는 2001년부터 2012년까지 대한민국의 평균 근로시간은 주당 약 45.0시간이 나왔고, 평균 산업재해 사고율은 10만 시간당 0.31, 평균 사망률은 100만 시간당 0.069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사고율 대비 사망률은 약 2% 수준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OECD 선진국 중 독일, 일본 등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로 나타났습니다. 근로시간과 사고율 및 사망률과의 관계를 시계열 추이로 살펴보면 평균 근로시간이 감소함에 따라 사고율과 사망률도 동반하여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이는 근로시간 감소와 사고율 및 사망률 간에 높은 상관성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지만, 인과성을 나타낸다고 쉽게 결론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대기업일수록 평균 근로시간이 짧아 사고율과 사망률이 낮은 반면, 중소기업일수록 근로시간이 길어 사고율과 사망률이 높을 수 있기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순서로 도입된 점을 감안하면 이런 추세가 나타난 이유가 근로시간의 영향이라기보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특성 차이로 보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근로시간 단축이 사고 발생에 미치는 영향

 

근로시간을 설명변수로 사고 발생 또는 사망률을 종속변수로 넣고 단순 최소자승법을 할 경우 이 결과는 편의를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근로시간과 근로자의 행동 또는 환경 간에는 상호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근로자의 행동이 근로시간에 영향을 주는 역 인과 효과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고려하여 이중 차감 도구변수 법 추정을 통해 분석을 진행하였습니다. 먼저 주당 40시간 근로시간 단축 도입으로 실제 근로시간이 감소했는지를 살펴본 결과, 어떤 고정 효과를 넣거나 뺐는지에 따라 그 크기가 다르게 나타났지만 전체적으로 근로시간이 최대 2.9시간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후 근로시간 감소에 따라 사고율과 사망률을 살펴본 결과 도구변수 법으로 추정하면 1시간당 0.032 정도 사고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망률의 경우에도 0.008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두 결과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했습니다.

 

결론과 한계점

 

본 연구는 장시간 근로가 근로자의 건강과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정 하에 대한민국에서 주 40시간 제도의 순차적 도입이라는 준실험적 환경을 이용하여 근로시간과 산업재해 간의 인과 효과를 실증 분석하였습니다. 다만, 통계의 제약으로 사고의 종류 또는 사망의 원인에 따른 효과를 분석하지 못하였다는 점과 본 연구 결과를 전체 모집단으로 일반화하기에는 다소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사고와 사망률 간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확인함에 따라 이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이 근로자의 건강과 삶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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